제1부 흘려보내기 · 제4장

대낮의 수면제

약 1분· 주 1개

소설을 올린 지 한 달째, 구월 초 새벽에 영상통화가 왔다. 그녀였다. 진짜 그녀였다. 울고 있었고,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.

“오빠, 내 목표는 꼭 오빠랑 공연 보러 가는 거야. 조금만 기다려 줘. 오빠 생일도 그때잖아. 나 기억하고 있어.”

내가 표 두 장을 끊어 둔 그 공연이었다. 화해였다. 나는 그렇게 들었다. 통화는 거기서 끊겼다. 그런데 그 울음이 마음에 걸렸다.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고, 나는 생각했다.

그녀의 생일에 다 같이 모였다. 두 달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. 그녀는 낯설 만큼 들떠 있었고,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. 돌아가는 길에 그녀의 집 앞에서, 나는 H에게 몇 호냐고 물었다. H는 옆집 호수를 댔다. 나중에야 알았다.

9월 9일 9시 9분에 시작하는 한 행사에 그녀를 초대했다. 아홉이 네 번. 그때의 나는 그 숫자에서도 뭔가를 읽으려 했다. 내가 데리러 가기로 했는데, H가 자기가 데려오겠다고 했다. 그녀는 한참 늦게, 모르는 남자 둘과 함께 왔다가 한 시간 만에 사라졌다. 어두운 홀에서 그녀는 계속 H의 눈치를 봤다. 그리고 몇 번이고 말했다. “H 언니는 사람들이 알아보니까, 여기선 이름 말고 써니라고 불러.”

써니. 그녀가 메신저에서 이름 대신 쓰던 아이디였다. 그녀는 H를 그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다. 그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. 내가 몇 달 동안 ‘써니’와 주고받은 메시지 가운데, 몇 개가 그녀의 것이었을까.

그날 H 곁의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다. 너무 낯설어서, 나는 지금도 그날 본 사람이 그녀의 도플갱어였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.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녀였다.

이틀 뒤 대낮에 그녀와 통화가 됐다. 자야 한다고 했다. 수화기 너머로 알약 통을 털어 넣는 것처럼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. 여러 번. 그녀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. 나는 그 소리를 살려 달라는 말로 들었다.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.3

주

  1. 3

    누군가 약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면 바로 119에 연락한다.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을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가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 준다.